대담 : '닥터 프로스트'와 DC코믹스

대담자 : 이재민(만화평론가) 김태권(디지털리유어스 편집장, 만화가)
김태권(디지털리유어스 편집장) : "만화의 NFT 발행, 어떻게 볼까"가 대담의 주제다. 대담을 마련한 배경은 이렇다. 이종범 작가가 10년 넘게 연재한 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완결하고 NFT를 냈다. 디지털리유어스와 함께다. 때마침 배트맨과 슈퍼맨으로 유명한 미국의 DC코믹스가 자기네 작품으로 NFT를 발행했다. 같은 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신기하다. 이재민 평론가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art.yours.so
이종범 작가의 '닥터 프로스트' 완결 기념 NFT아트 보러가기
이재민(만화평론가) : 만화를 NFT로 발행하는 것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독자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라고 말이다.
김. NFT를 가리켜 디지털 수집품이라고들 한다. 피규어나 굿즈 등 기존의 수집품과는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
이. 디지털 수집품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있다. 기존의 수집품, 예를 들어 DC코믹스에서 나온 한정판 배트맨이라면 어떨까. 희귀본 만화책을 손에 넣어 언박싱하는 순간의 감동을 나는 이야기하려고 한다. 만화팬이라면 이 감동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설령 겉상자만 뜯고 비닐도 뜯지 않은 채 소장용으로 고이 모셔만 둔다해도 말이다. 하지만 디지털 수집품에도 그런 '언박싱의 감동'이 있을까? 나는 의심스럽다.
김. 디지털 수집품이 실물 수집품과 같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하이브리드 NFT에 기대를 건다. 온라인으로 NFT를 구입하면 오프라인으로도 실물 수집품을 함께 받는 방식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이. 하이브리드 NFT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 같다. 나는 회의적이다. 음원의 NFT와 실물 음반을 묶어서 하이브리드 NFT로 판매하는 뮤지션이 있다고 하자. 디지털 수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하겠지만, 디지털 수집품의 가치에 회의적인 사람이라면 "어라, 실물 음반만 사는 것보다 비싸잖아? 음반 값을 올리기 위한 술수인가?"라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결국 원래 문제로 돌아온 것 같다. 디지털 수집품으로서 NFT의 효용은 무엇인가? "독자 경험을 공유"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 독자의 마음이란 이런 것 아닐까. "내가 이렇게나 이 작품에 진심인 사람이다, 내가 이 작품의 '찐팬'이다"라는 사실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김. 만화가이자 만화독자로서 공감한다. 정말 그러하다.
이. 그런데 이 마음이란 위스키나 커피에 대한 취향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위스키의 종류와 커피의 향을 구별하는 것이 진심으로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 없는 일일 수 있다. '찐팬'을 자처하는 사람은 "이 만화 정말 좋다"고 주위 사람한테 말하며 공감을 기대하겠지만...
김.  대부분의 사람은 "아, 그래"라며 어정쩡한 반응 이상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커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촬영은 김태권.
이. 그렇다. 그런데 독자로서의 나의 뜨거운 경험에 공감해줄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 어떨까? 오프라인 세계 곳곳에 흩어진 '찐팬'들이 NFT아트를 구실삼아 모일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김. 바로 그점이다. 최근 잘되는 NFT아트의 특징은 수집가 커뮤니티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수집가들의 역할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 그런 점에서 DC도 그렇고 '닥터 프로스트' 역시 NFT로 발행하기 적절한 작품이라고 본다. '닥터 프로스트'는 "보기편한 만화"가 아니다.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웹툰이다. 그런만큼 열성 독자분들의 로열티가 높다. 그러면서도 순수 예술과 비교하면 매우 대중적이다.
김. 열성 독자분들이 NFT아트를 매개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대단한 시너지를 낼 것이다. NFT아트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최근 메타버스에 큰 기대를 거는 것도 그래서다.
Dr.Frost Collection
Fully immersive NFT show on Cyber.
'닥터 프로스트' NFT아트의 메타버스 갤러리 보러가기
이. 물론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메타버스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언제 활발히 운영될지 기약이 없다. "언젠가는 메타버스가 활성화될 테니 지금 NFT아트를 장만하세요! 다만 한참 기다리셔야 해요"라는 말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웹툰 독자는 당장 쓸 '쿠키' 사기도 바쁜데 말이다.
김. 그래서 걱정이다. 인프라가 갖춰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디지털 세계도 마찬가지 같다.
이. 그래도 미래는 긍정적이다. 디지털 수집품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수집품이라면 조심스러운 나만 해도, 돈을 주고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 일을 자연스럽다고 여긴다. 이전 세대는 상상도 못하던 일인데 말이다. 종이 만화는 낯설고 웹툰이 편안하다는 다음 세대의 사람들은 디지털 수집품에 대해 또 다른 태도를 취하리라고 본다.
김. 메타버스도 디지털 수집품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에게 더 친숙해질 것이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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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 이미지. 이종범 작가 제공
대담 정리. 김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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